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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사례2018-06-23T19:27:40+00:00

우수사례

공터에는 공룡들이 산다(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작성자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작성일
2018-08-06 09:38
조회
369
공터에는 공룡들이 산다.

마을 속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어떤 이들은 우리센터를 공룡센터냐고 묻는다. 정식 명칭은 노원구립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다. 우리센터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변두리 마을에 위치한 청소년문화의집이자 도서관이다. 센터 이름이 너무 길어서 가끔 우울하다. 다른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매번 다르게 부르면 짜증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공터’라고 줄여서 불러주면 좋겠다.

‘공터’는 마을의 우물터이자, 느티나무 같은 공간이다.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둘러앉는 공간이라는 말이다. 어려운 일, 기쁜 일, 힘든 일 함께 나누고 힘을 모으는 마을 공용의 공간 그 자체다. 우리에게 프로그램은 어떤 면에서 초대장일 뿐이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만남과 관계에 있다. 청

소년시설인 ‘공터’에 청소년 그리고 그들의 친구와 이웃을 초대하고, 둘러앉으니 매일 매일 우연한 만남과 새로운 관계가 생겨난다. 관계를 바탕으로 우발적으로 프로그램과 활동이 기획되고, 진행된다. 사람들을 초대하고, 환대하고, 둘러앉아 서로 이야기 나누고, 관계 맺는 일은 자칫 너무 쉽고, 하찮아 보이지만 “숭고한 관계의 노동”이다.

많은 청소년시설과 지도자들은 전문적 서비스 개발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우리도 그렇기는 하다. 전문가들은 이웃들과 청소년을 대상자, 이용자로 생각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으로 삶을 변화시켜주겠다는 말을 한다. 힘없는 개인들에게 이 말은 달콤하고, 의지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어떤 영역에나 뛰어난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전문적 서비스만으로 사람들의 문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우리의 삶은 총체적이다. 전문가들의 해법은 자칫 단편적이다. 단편적인 접근은 사람을 무기력한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전문성을 쫓아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자신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옆에서 거드는 일 역시 중요하다.

사람은 스스로 할 때 재미있다.

청소년은 기계의 부속품처럼 짜여 진 듯이 돌아가는 일을 즐거워하지 않는다.

스스로 문제를 확인하고, 다차원적이고, 종합적인 해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미래 역량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 삶의 주인 된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다. 자신은 분명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공룡인데,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는 무기력한 아메바 정로로 생각하며, 부모님과 선생님, 각종 전문가가 자신 삶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공터’에는 자신들이 공룡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청소년들이 살고 있다.

 

옷 기부해 주세요.”



여름방학이 시작하는 오늘 아침에 또 포스터 한 장이 붙었다. “옷 기부해주세요.”라는 손 글씨로 만든 포스터다. “시작된 변화”라는 청소년 프로젝트에 참여한 오목팀에서 제작한 포스터다. 버려진 옷감을 필통, 파우치, 동전지갑으로 업 사이클링해서 판매하고, 장애아동센터에 기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렇게 스스로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청소년들은 매년 수십개의 동아리로 모이고 있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터’에 모여서 자신들의 생각을 말과 글로 풀어내고, 삶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우리는 이들이 서로 만나고, 관계 맺는 일을 열심히 주선 한다. 혼자라면 감히 상상도 어려웠을 일들이 친구들과 만나서 우연히 만들어진다. 물론 이러한 우발적 활동은 시행착오도 많고, 함께하는 일이라 갈등도 많이 경험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한다.

 

 

놀이로 마을을 변화시키겠어요.”

팔딱팔딱이라는 이름의 놀이 동아리 청소년들은 주말에 마을의 친구, 동생들과 함께 모여서 신나게 놀고 있다. “우리가 놀이터를 접수할 거예요. 이곳이 어린이들의 놀이터라는 걸 우리가 모여서 즐겁게 놀면서 보여주면 곧 알아채지 않을까요? 깡통차기, 숨바꼭질 할 동네 어린이들을 모아서 재미있게 놀아 봐야지요.” 이들의 당찬 이야기처럼 조용하던 놀이터와 골목이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로 어느새 가득 찬다.



 

내 친구의 덕질이 궁금하니

공릉동에는 매년 사람책이 발행되고 있다. 벌써 5권 째다. 주민단체인 든든한 이웃과 청소년기자들이 함께 만들어낸다. 사람책이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을 인터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올해는 친들 중에도 덕질을 하는 친구들을 찾아 취재하고, 사람책을 엮어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걸요!”

‘공터’에는 ‘나로 프로젝트’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나로 살아보는 프로젝트다. 학기제로 운영되며, 학기별 13명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학교 밖에 있으면 사람들이 물어봐요. 왜 학교 안가고 여기 있니?, 커서 뭐할래?, 머리 모양이 이게 뭐야? 그런데 공터에서 나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 수 있었어요.”

나로 프로젝트는 학교 밖에서도 당당한 나로 살아 갈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경험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 마을 속에서 도전해보는 특별한 학습과정이다. 커피를 배우고, 화장을 연습하고,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그림과 음악을 배우고, 그림책을 만들고, 격투기를 배워보는 나만의 프로젝트에서 시작해서 나와 이웃을 돌아보는 더불어 활동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활동으로는 작은 공연을 하고, 재능 나눔활동을 하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 7월에는 학교 내 성폭력 피해학생들을 응원하는 스쿨미투문화제에 참가해서 피해학생을 응원하는 공연을 했다. 불안하고, 불편하고, 불확실 한 세상이라 두렵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힘이 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우리 동네 어린이 야구 클럽 모여

‘공터’가 우리 마을에 자리한지 어언 8년 공터에서 놀다가 동네 형이 된 친구들도 있다. 이 동네 형들은 동네 아이들이 야구를 하고 싶어 하지만 심판도, 장비도, 장소도 마땅치 않다는 것을 알고 동네 선배로서 자신이 줄 수 있는 약간의 도움을 주고 있다. 동생들을 통해서 알아보니 동네 야구를 즐기는 어린이 그룹이 공릉동에만 6개나 확인되었다. 요즈음엔 여름철 리그를 만들고,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함께 즐기고 있다.



우리 모여서 공포영화 볼래?”

‘공터’ 3층 유스카페에 모여서 재미난 상상을 해대는 라온제나(즐거운나)라는 문화기획동아리들의 수다는 매일 매일이 흥미진진하다. “반짝매점을 열어서 돈을 벌어보자! 더운 여름 무더위 타파는 공포영화가 최고야, 영화 보는데 팝콘과 음료수가 빠질 수 없지ㅎ” 포스터를 만들고, 공포 가득한 분위기로 유스카페를 탈바꿈시킨다. 얼마 전 유스카페 리모델링 작업도 직접해냈으니, 이런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은 마력이 있다. 소식을 듣고, 어느새 동네 청소년들로 유스카페가 가득 찬다.

이렇게 마을에서 생산자가 되고, 주인 된 공룡들이 ‘공터’에 가득 차 있다.

또 공룡 같은 청소년들의 마을 활동을 응원하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다수의 마을 사람들과 주민조직이 있다. 이들은 꿈마을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45개 정도의 주민 자치조직이 느슨하게 뭉쳐있는 것이다. ‘공터’가 생기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조직이거나 활동이 미미 했었던 단체 들이 ‘공터’를 통해 만나고, 서로 관계가 살아났다. 이들은 7년 이상을 매월 1회 이상 둘러앉아 청소년이 살만한 마을을 궁리하고, 마을어린이잔치를 만들고, 청소년과 함께 친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청소년과 주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은 중요하지만 ‘공터’의 프로그램이 구체적이지도, 대단하지도, 전문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못하다고 말이다.

상당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청소년 전문가만이 아닌 청소년과 마을 사람들의 힘에 의해 청소년이 살만한 생태로 마을의 공기가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공공시설인 청소년문화의집 조차 혼자 살아보려고 아등바등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공터’와 같이 공간을 열어서 청소년과 주민들을 초대하고, 이들이 스스로 변화를 일궈갈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돕는 작은 실천을 상상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계획에 따라 짜여 진 듯이 때깔 좋게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내지만, 그 속에 생명력이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공터’에서 뛰어 노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은 울퉁불퉁 비정형적이지만 살아있다. 한마디로 공룡 같다.